2009서교육십작가추천 평문 _ 유진상, 2009

박천욱: 조각적 재미, 사진적 진지함

박천욱의 작품을 처음 본 곳은 2008년 아시아프가 열린 구 서울역사에서였다. 금속으로 날카롭게 깍은 모서리가 너무 위험해 보여서 전시감독으로서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작품의 내용이 접수가 안돼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이게 뭐냐고…

엎드려 있는 후드티 차림의 젊은 남자를 만든 것이긴 한데 한 쪽 끝 부분이 전체적으로 칼날처럼 갈려 있었던 것이다. 이작품의 주변에 차단봉을 설치해 사람들이 베이지 않도록 해놓고 보니 맞은편의 판넬에는 캠코더가 걸려 있고 다른 쪽에는 작은 비디오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모니터 화면상에 비친 이 조각의 모습이 정확하게 화면의 중앙에 위치하는 사각형의 스냅사진처럼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아, 아나모르포시스(anamorphosis)! 아닌게 아니라, 평소에 수업시각에도 자주 입에 올렸던 원근법적 왜곡기법이다.

박천욱은 철조의 전통적인 기법을 이용해 실물대의 조각을 만든다. 당연히 무겁다. 이 무거운 조각은 단 하나의 시점, 즉 조각의 볼륨 전체가 1회용 카메라로 찍은 한 장의 사진처럼 보이는 한 점에 의해 의미를 획득한다. 물론 이 조각은 다른 각도에서 보아도 충분히 흥미롭다. 심지어 조각작품의 볼륨과 공간이 자아내는 본질적인 즐거움은 다른 각도들에서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이 조각이 어느 지점에서는 경험적으로 완벽하게 느낄 수 있는 평면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시점은 관객의 눈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나 캠코더가 설치될 수 있는 좀 더 어려운 위치에 있다. 즉 일반인이 바라볼 수 없는 조각의 위쪽에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박천욱은 볼륨과 평면 사이의 공유영역에 대해 여러 다른 방식으로 실험해왔다. 쿤스트독의 청년작가 공모에서도 그런 점이 가치 있게 평가되었다. 가벼운 작법이 트렌드인 시대에 그의 무거운 프로세스가 사뭇 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유진상(계원디자인예술대학 시간예술과 교수, 미술평론가)